담배는 입에도 대 본 적 없는데 지인이 폐암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철렁합니다. 나는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자연스럽습니다.
비흡연자 폐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유전적 요인이 꼽힙니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폐암 관련 연구 28개를 종합해 분석했더니 폐암 환자의 7.9%에서 암 발생에 관여할 수 있는 유전자 변이가 확인됐습니다. 열두세 명 중 한 명꼴입니다.
이 변이가 무엇인지, 어떤 유전자가 많았는지, 어떤 분이 특히 신경 써야 하는지를 풀어 설명합니다. 가족 중에 폐암 환자가 있는 분이라면 끝까지 읽어 보세요.
담배를 안 피웠는데 폐암에 걸리는 이유가 있을까요?
폐암의 가장 대표적인 위험 요인은 흡연입니다. 다만 흡연력이 없는 폐암 환자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환경 요인만으로는 설명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어서 의료계에서는 유전적 요인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물론 간접흡연이나 실내 공기 오염 같은 환경 요인도 폐암 위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전이 유일한 답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번 연구는 여러 원인 중 유전 요인을 더 선명하게 보여 준 연구로 보시면 됩니다.
한 가지 짚어 둘 점이 있습니다. 이번 분석 대상은 비흡연자만이 아니라 폐암 환자 전체였습니다. 담배를 피운 분도 유전적 요인을 함께 갖고 있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생식세포 병원성 변이는 무슨 뜻일까요?
이름이 어렵지만 개념은 간단합니다. 생식세포 병원성 변이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을 수 있는 유전자 변이 중에서 질병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살면서 생기는 암세포 속 변이와 달리 태어날 때부터 몸의 세포에 들어 있는 변이입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런 변이가 손상된 DNA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복구 유전자에 특히 많았습니다. 우리 몸은 하루에도 수없이 DNA 손상을 입고 고치기를 반복합니다. 이 수리 담당 유전자에 문제가 있으면 손상이 쌓일 여지가 커질 수 있습니다.
변이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폐암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지 확정된 운명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 두세요.

폐암 환자에게 가장 많았던 유전자는 무엇일까요?
연구팀이 확인한 변이 비율은 아래와 같습니다. 비율은 전체 폐암 환자 중 해당 유전자에 변이가 있던 환자의 비중입니다.
| 유전자 | 폐암 환자 중 비율 |
|---|---|
| BRCA2 | 0.96% |
| ATM | 0.67% |
| TP53 | 0.57% |
| CHEK2 | 0.49% |
| BRCA1 | 0.48% |
눈에 띄는 이름은 BRCA입니다. 유방암과 난소암 이야기에서 자주 나오는 유전자라 폐암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번 분석에서는 BRCA2가 가장 높은 비율로 나왔습니다.
“유방암과 난소암에서는 BRCA1/2 유전자 변이와 같은 유전적 소인이 잘 알려져 있지만 폐암에서는 유전적 요인의 분포와 특성이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김시현 임상유전체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가 기존 연구를 종합해 폐암의 유전적 소인을 체계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유전적 요인을 더 의심해 봐야 할까요?
수치가 크게 갈린 지점이 여기입니다. 폐암 가족력이 있거나 젊은 나이에 폐암이 생겼거나 여러 부위에 동시에 암이 생긴 다발성 원발성 폐암이 있으면 고위험군으로 분류했습니다. 이 고위험군에서 생식세포 병원성 변이를 가진 비율은 32.3%였습니다. 일반 폐암 환자군은 4.7%였습니다.
고위험 특성이 있는 환자는 변이를 가진 비율이 일반 폐암 환자의 약 7배에 가까웠습니다. 세 명 중 한 명 가까이가 변이를 갖고 있었다는 계산입니다.
그 밖에 확인된 경향도 있습니다.
- 발병 연령이 낮을수록 변이를 가졌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 검사한 유전자 수가 많을수록 변이가 더 많이 발견됐습니다.
- 주요 DNA 손상 복구 유전자 변이는 동아시아인보다 비아시아인과 혼합 인종 집단에서 더 흔했습니다.
마지막 항목은 읽기에 따라 안심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해서 위험이 없다는 뜻은 아니니 가족력이 있다면 똑같이 살펴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가족력이 있다면 지금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유전은 바꿀 수 없지만 나머지 위험은 줄일 수 있습니다. 유전적 요인이 있을수록 생활 속 위험 요인을 덜어 두는 쪽이 이득입니다. 아래 항목은 일상에서 바로 해 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 부모와 형제자매 중 폐암 환자가 있는지 확인해서 진단 나이와 함께 메모해 두세요.
- 어머니나 이모 쪽에 유방암이나 난소암 환자가 있었다면 그 내용도 같이 적어 두세요.
- 집에서 담배 연기를 맡는 환경이 있다면 간접흡연부터 차단하세요.
- 요리할 때는 환기팬을 켜고 창문을 열어 연기가 실내에 머물지 않게 하세요.
- 건강검진 문진표의 가족력 칸을 대충 넘기지 말고 구체적으로 채우세요.
- 기침이 오래가거나 몸에 변화가 생기면 참지 말고 일찍 진료를 받으세요.
특히 가족력 메모는 병원에서 상담을 받을 때 가장 쓸모가 큰 자료가 됩니다. 스마트폰 메모장에 한 번 정리해 두면 진료실에서 기억을 더듬느라 애쓸 일이 줄어듭니다.

이런 경우에는 병원 상담을 받아 보세요
아래에 해당하면 주치의에게 가족력을 분명히 알리고 어떤 검사가 필요한지 물어보시길 권합니다.
- 가까운 가족 중 폐암 환자가 두 명 이상 있는 경우
- 가족 중에 젊은 나이에 폐암 진단을 받은 분이 있는 경우
- 본인이 비교적 젊은 나이에 폐암 진단을 받은 경우
- 폐에 서로 다른 암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 경우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고위험 환자에게 맞춤형 유전 평가의 역할을 검토해 볼 수 있는 기초 자료라고 밝혔습니다. 이지영 영상의학과 교수는 가족력과 젊은 나이의 발병 같은 고위험 특성이 있는 환자에서 변이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유전자 검사가 모든 폐암 환자에게 당장 필요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떤 검사를 언제 받을지는 가족력과 개인 상황을 보고 담당 의료진과 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 글에서 기억할 세 가지
-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28개 연구를 종합했더니 폐암 환자의 7.9%에서 생식세포 병원성 변이가 확인됐습니다.
- 폐암 가족력이 있거나 젊은 나이에 발병했거나 다발성 원발성 폐암이 있는 고위험군은 변이 비율이 32.3%로 일반 폐암 환자군 4.7%보다 높았습니다.
- 변이가 곧 발병은 아니므로 가족력을 정리해 두고 간접흡연 같은 환경 요인을 줄이면서 필요하면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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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부모님이 폐암이면 저도 유전되나요?
가족력이 있는 고위험군에서 유전자 변이를 가진 비율이 높게 나타난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도 변이가 있다고 모두 폐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고 변이가 없는 분도 걸릴 수 있습니다. 불안하다면 가족의 진단 나이와 암 종류를 정리해 의료진과 상담해 보세요.
Q. BRCA 유전자 변이는 유방암에만 해당하나요?
유방암과 난소암 원인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번 분석에서는 폐암 환자에게서도 BRCA2가 0.96%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습니다. BRCA1도 0.48%로 상위권이었습니다. 한 가지 암에만 연결된 유전자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Q. 비흡연자 폐암은 유전 말고 또 어떤 원인이 있나요?
간접흡연이나 실내외 공기 오염 같은 환경 요인이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환경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례에서 유전적 요인을 살펴본 것입니다. 원인이 한 가지라고 보기보다 여러 요인이 겹칠 수 있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Q. 폐암 유전자 검사는 누구나 받아야 하나요?
연구진은 이번 결과를 고위험 환자에게 맞춤형 유전 평가를 검토해 볼 기초 자료로 설명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받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가족력이나 발병 나이 같은 개인 상황에 따라 필요 여부가 달라지므로 담당 의료진과 먼저 상의하세요.
※ 이 글은 최근 보도된 건강 뉴스와 일반적으로 알려진 의학 정보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으로,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증상이 있거나 치료 중이라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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