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거뜬히 오르던 계단이 어느 날부터 숨차고, 괜히 어지러워 잠깐 벽에 기대게 된다면 “나이 들어서 그렇지” 하고 넘기기 쉽습니다. 저도 주변에서 그런 말을 참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이런 변화가 갑자기 생겼다면 심장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느려지는 서맥성 부정맥일 수 있습니다. 서맥성 부정맥 증상은 어지럼증, 실신, 피로감, 쉽게 숨이 차는 것이 대표적이고, 나타났다가 금세 사라지기도 해서 더 놓치기 쉽습니다. 맥박이 느리다고 모두 치료 대상은 아니라서, 어떤 경우에 확인이 필요한지 가려 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전북대병원 심장내과 정래영 교수의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어떤 증상을 의심해야 하는지, 병원에서 왜 정상이라는 말을 듣고도 찜찜할 수 있는지, 심박동기는 언제 고려하는지를 차례로 짚어 봅니다.
서맥성 부정맥 증상,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서맥성 부정맥은 심장에서 전기신호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거나 전달되지 않아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느리게 뛰는 질환입니다. 성인의 안정 시 심박수는 보통 분당 60~100회로 봅니다. 맥박이 지나치게 느려져 혈액이 몸 구석구석에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여러 증상이 생깁니다.
| 증상 | 이렇게 느껴질 수 있어요 |
|---|---|
| 어지럼증 | 일어설 때나 걷다가 핑 도는 느낌 |
| 실신 | 식사 중이나 TV를 보다가 갑자기 정신을 잃음 |
| 피로감 | 특별히 한 일이 없는데 기운이 빠짐 |
| 숨참 | 운동할 때 심박수가 충분히 오르지 않아 쉽게 숨이 참 |
정래영 교수는 심장의 전기 시스템을 발전소와 변전소, 전선에 비유했습니다. 전기를 만드는 곳에 문제가 생겼는지, 전달하는 길목에 문제가 생겼는지에 따라 증상과 치료법이 달라진다는 설명입니다.
“예전에는 계단을 잘 올라갔는데 어느 순간부터 숨이 찬다고 호소하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단순 노화일 수도 있지만 이런 증상이 갑자기 생겼다면 서맥성 부정맥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래영 교수)
여기서 눈여겨볼 단어는 갑자기입니다. 서서히 조금씩 체력이 떨어지는 것과, 어느 시점부터 확연히 달라진 것은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맥박이 느리면 무조건 치료해야 할까?
그렇지 않습니다. 맥박이 느리다고 해서 모두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평소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은 맥박이 느린 편이라고 알려져 있고, 증상이 전혀 없다면 경과만 지켜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숫자 하나보다 증상이 함께 있는지가 판단의 출발점입니다. 건강검진 결과지에 심박수가 낮게 찍혀 있어도 어지럽거나 쓰러진 적이 없다면 당장 걱정할 일은 아닐 수 있습니다. 반대로 숫자가 크게 낮지 않아도 증상이 반복된다면 확인이 필요합니다.

혈압약이나 안약 때문에 맥박이 느려질 수도 있다고요?
서맥이 확인되면 곧바로 시술을 떠올리기 쉽지만, 정 교수는 먼저 교정할 수 있는 원인부터 살피는 것이 순서라고 강조합니다. 강연에서 소개된 사례가 이를 잘 보여 줍니다.
평소 2층 정도는 문제없이 오르던 한 환자가 어느 순간부터 2층만 올라가도 쉬어야 할 만큼 기운이 떨어졌습니다. 검사 당시 심박수는 분당 48회였고, 원인은 최근 추가로 먹기 시작한 혈압약으로 판단됐습니다. 의료진 지시에 따라 그 약을 중단하자 1~2주 뒤 심박수가 분당 60회 정도로 돌아왔습니다.
“일부 혈압약이나 치매약, 녹내장 안약에도 맥박을 느리게 하는 성분이 있습니다. 서맥이 있다고 무조건 시술하는 것이 아니라 약물의 영향이나 갑상선 기능 저하, 전해질 이상 등 교정할 수 있는 원인이 있는지 먼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래영 교수)
눈에 넣는 안약까지 맥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의외라고 느끼는 분이 많을 겁니다. 다만 약을 임의로 끊는 것은 위험하니, 의심된다면 처방한 의료진과 먼저 상의하셔야 합니다.
심전도가 정상인데 계속 어지럽다면?
서맥성 부정맥은 증상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일이 잦아 진단이 쉽지 않습니다. 병원에 갔을 때 마침 증상이 없으면 일반 심전도에서는 아무 이상이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 교수가 소개한 환자는 65세 남성이었습니다. 1~2년 동안 여섯 번이나 실신했는데, 식사 중이나 소파에서 TV를 보다가 갑자기 쓰러지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여러 병원을 다녔지만 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정 교수는 부정맥을 의심해 피부 아래에 장기간 심전도를 기록하는 장치를 넣었습니다. 약 3개월 뒤 환자가 다시 쓰러졌을 때 심장박동이 일시적으로 멈춘 기록이 잡혀서 비로소 원인을 알게 됐습니다.
일반 심전도는 약 10초 동안만 기록하기 때문에, 그 순간 부정맥이 나타나지 않으면 놓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증상이 있었던 순간을 잡아내는 검사가 필요합니다.
| 검사 방법 | 특징 |
|---|---|
| 일반 심전도 | 약 10초 기록, 그 순간 이상이 없으면 놓칠 수 있음 |
| 부착형 심전도 | 가슴에 붙여 일정 기간 기록 |
| 삽입형 장기 심전도 | 피부 아래에 넣어 오랜 기간 기록 |
어떤 검사가 맞는지는 증상이 얼마나 자주, 얼마나 심하게 나타나는지에 따라 의료진이 판단합니다.

심박동기는 언제 넣고, 무전극선 심박동기는 뭐가 다를까?
서맥성 부정맥으로 어지럼증이나 실신이 나타나거나 심한 전도장애가 확인되면 인공 심박동기 삽입을 고려합니다. 심박동기는 심장이 지나치게 느려질 때 전기 자극을 보내 적절한 심박수를 유지하도록 돕는 기기입니다.
“단순히 맥박이 느리다는 이유만으로 심박동기를 삽입하지는 않습니다. 환자의 증상과 심전도 검사 결과 등을 종합해 결정합니다.” (정래영 교수)
시술은 대부분 국소마취로 하고, 일반적인 경우 1시간 이내에 마칠 수 있습니다. 고령이어도 건강 상태에 따라 받을 수 있습니다.
기존 심박동기와 무전극선 심박동기
기존 방식은 가슴 피부 아래에 기기를 넣고 전극선을 혈관을 따라 심장까지 연결합니다. 이때 전극선 손상, 감염, 삽입 부위 통증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약 2cm 크기의 작은 기기를 다리 쪽 혈관으로 넣어 심장 안에 직접 고정하는 무전극선 심박동기도 쓰입니다. 가슴을 절개하거나 전극선을 연결할 필요가 없어 흉부에 흉터가 남지 않고, 전극선이나 삽입 부위와 관련된 합병증 위험도 줄일 수 있습니다. 끝부분의 갈고리 모양 고정 장치를 심장 근육에 걸어 자리를 잡는 방식입니다.
다만 무전극선이 모든 환자에게 더 낫지는 않습니다. 필요한 박동 조절 방식이나 장기적인 심장 기능에 따라 기존 심박동기가 더 맞을 수도 있습니다. 정 교수도 어느 한쪽이 압도적으로 좋다고 보기보다 환자 상태에 따라 고르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늘부터 할 수 있는 것과 병원에 가야 하는 기준
- 어지럽거나 기운이 빠졌을 때 바로 손목 맥박을 1분간 재 보고, 날짜와 시간, 맥박 수를 메모해 두세요.
- 증상이 언제 생기는지(식사 중, 일어설 때, 계단을 오를 때 등) 적어 두면 진료 때 큰 도움이 됩니다.
- 최근에 새로 먹기 시작했거나 용량을 바꾼 약이 있으면 혈압약, 안약까지 모두 적어 진료실에 가져가세요.
- 맥박이 느린 것 같아도 처방약을 스스로 끊거나 줄이지 말고 처방한 의료진과 먼저 상의하세요.
- 일반 심전도가 정상이었는데 증상이 반복되면 “증상이 있을 때 기록하는 검사가 가능한지” 물어보세요.
- 갑상선 기능이나 전해질 수치는 검사해 봤는지 확인해 보세요.
아래 경우에는 미루지 말고 심장내과 진료를 받으시길 권합니다.
- 평소 하던 활동이 갑자기 힘들어지고 어지럼증이 반복될 때
- 실신했거나 쓰러질 뻔한 적이 있을 때
- 심박수가 낮게 나온 데다 숨참이나 심한 피로가 함께 있을 때
서맥성 부정맥을 치료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하는 분도 많은데, 정 교수는 종류와 정도에 따라 답이 다르다고 설명합니다. 위험성이 낮으면 경과를 관찰하지만, 일부 심한 서맥은 실신이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 검사 결과와 증상을 종합해 치료 여부를 정해야 합니다.
세 줄로 다시 보는 서맥성 부정맥
- 갑자기 생긴 어지럼증, 실신, 피로감, 계단 오를 때의 숨참은 서맥성 부정맥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입니다.
- 치료 전에 혈압약 같은 약물, 갑상선 기능 저하, 전해질 이상처럼 바로잡을 수 있는 원인부터 확인하고, 일반 심전도가 정상이어도 증상이 반복되면 장기 기록 검사를 상의하세요.
- 심박동기는 맥박 수만이 아니라 증상과 검사 결과를 종합해 결정하며, 기존형과 무전극선형 중 무엇이 나은지는 환자 상태에 따라 다릅니다.
더 알아보기: 공신력 있는 건강 정보
이 글은 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질환의 정의와 진단·치료 기준은 아래 공식 자료에서 함께 확인해 보세요.
자주 묻는 질문
Q. 맥박이 몇 이하면 서맥인가요?
성인의 안정 시 심박수는 보통 분당 60~100회로 봅니다. 다만 맥박이 느리다고 모두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어서, 숫자보다 어지럼증이나 실신 같은 증상이 함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증상이 있다면 숫자와 상관없이 진료를 받아 보세요.
Q. 서맥성 부정맥은 약으로 고칠 수 있나요?
노화 등으로 심장의 전기신호를 만들거나 전달하는 조직이 손상된 경우에는 근본적으로 회복시키는 약이 아직 없고, 치료가 필요하면 심박동기를 삽입합니다. 반면 복용 중인 약이나 갑상선 기능 저하가 원인이라면 이를 바로잡아 심박수가 회복되기도 합니다.
Q. 심박동기를 넣으면 MRI나 다른 수술은 못 받나요?
심박동기를 넣어도 다른 수술은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수술 중 쓰는 전기소작기 등이 기기 작동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사전 점검이나 설정 변경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MRI도 기기 종류와 검사 조건에 따라 촬영이 가능하니 검사 전에 담당 의료진에게 꼭 확인하세요.
Q. 심전도가 정상인데 실신했다면 어떤 검사를 더 받나요?
일반 심전도는 약 10초만 기록하기 때문에 그 순간 부정맥이 없으면 놓칠 수 있습니다. 가슴에 붙이는 부착형 심전도나 피부 아래에 넣는 장기 심전도 기록 장치처럼 오래 기록하는 검사를 쓸 수 있으니, 의료진과 상의해 보세요.
※ 이 글은 최근 보도된 건강 뉴스와 일반적으로 알려진 의학 정보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으로,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증상이 있거나 치료 중이라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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