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권유받았다면 마음 한쪽에서 이런 걱정이 올라옵니다. “이 연세에 그 힘든 치료를 견디실 수 있을까.”
고령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는 나이 숫자만으로 가를 수 없습니다. 노인 암 환자를 나누는 절대적인 나이 기준이 없어서 60세라고 모두 잘 견디는 것도 아니고 75세라고 모두 못 견디는 것도 아닙니다. 신체 기능과 영양 상태, 인지 기능, 심리, 생활환경을 함께 봐야 합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정선영 종양혈액내과 교수의 설명을 바탕으로 진료 현장에서 쓰는 7문항 평가 도구 KG-7과 치료 방향을 정하는 기준을 정리합니다. 치료를 하지 않거나 멈추기로 했을 때 꼭 나눠야 할 대화도 함께 다룹니다.
완치가 어려운데 왜 항암치료를 하나요?
“완치도 안 되는데 왜 힘든 치료를 해야 하나요?” 진료실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자주 건네는 질문입니다. 종양내과에서 만나는 환자 중에는 이미 완치가 어려운 상태에서 찾아오는 분이 많습니다.
암은 치료하지 않으면 대개 진행합니다. 통증과 호흡곤란, 식사 장애 같은 증상이 따라올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의 항암치료는 암의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줄여서 지금의 일상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정선영 교수는 완치가 어려운 경우일수록 치료의 이득과 부작용을 더 세심히 따져야 하며 암보다 치료 때문에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짚습니다.
그래서 고령 환자라면 고민이 더 깊어집니다. 치료가 도움이 될지 오히려 짐이 될지를 가족과 의료진이 함께 따져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나이만 보고 항암치료 여부를 정해도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나이만으로는 치료를 견딜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없습니다. 같은 일흔다섯이어도 혼자 장을 보고 계단을 거뜬히 오르는 분이 있고 입맛이 떨어져 기력이 많이 약해진 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의료진은 나이 대신 몸 상태를 여러 방향에서 살핍니다. 걷고 씻는 기본 기능이 어떤지와 영양 상태, 기억력과 판단력 같은 인지 기능을 봅니다. 마음의 상태와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도 평가 대상입니다.

KG-7은 어떤 검사인가요?
KG-7은 대한항암요법연구회가 개발한 도구로 진료 현장에서 고령 환자를 가려낼 때 활용합니다. 일곱 가지를 묻습니다.
- 혼자 목욕할 수 있는지
- 혼자 계단을 오를 수 있는지
- 필요한 물건을 모두 혼자 살 수 있는지
- 스스로 평가한 영양 상태가 양호한지
- 매일 세 가지 이상의 약을 먹는지
- 오늘이 몇 년 며칠인지 아는지
- 활동이나 관심거리가 많이 줄었는지
점수는 문항마다 1점씩이고 어떤 답을 해야 점수가 되는지가 문항마다 다릅니다. 아래 표로 보면 헷갈리지 않습니다.
| 문항 | 1점을 받는 답 |
|---|---|
| 혼자 목욕, 계단 오르기, 물건 구입 | 예 |
| 스스로 평가한 영양 상태가 양호 | 예 |
| 매일 세 가지 이상 약 복용, 활동·관심거리 감소 | 아니오 |
| 오늘이 몇 년 며칠인지 | 정답 |
7점 만점에 5점 이하이면 좀 더 취약한 환자로 선별합니다. 다만 이 점수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닙니다. 5점 이하라고 치료를 못 받는 것도 아니고 높은 점수라고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집에서 점수를 매겨 보며 참고할 수는 있어도 치료 여부를 스스로 결론 내리기보다는 진료실에서 의료진과 함께 해석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점수 말고 의사는 또 무엇을 보나요?
실제 진료에서는 점수와 함께 환자의 치료 의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본인이 치료를 원하는지와 얼마나 감당할 수 있다고 느끼는지가 방향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질환이 있는지, 곁에서 도와줄 가족이 있는지도 함께 고려합니다.
치료를 시작한 뒤에도 평가는 끝나지 않습니다. 식사와 씻기, 걷기 같은 일상생활을 잘 해내는지 확인하면서 치료 강도를 조정하고 계속할지 여부를 다시 판단합니다.
완치가 목적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지만 완화 치료에서는 환자의 삶의 질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정선영 교수의 설명입니다.
처음 정한 계획을 끝까지 밀고 가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상태에 맞춰 계속 조정해 나가는 것이 고령 환자 치료의 방식입니다.

항암치료를 하지 않거나 멈추기로 했다면
치료를 하지 않기로 했거나 중단하기로 했다면 반드시 꺼내야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연명의료를 원하는지입니다.
보호자 중에는 충격을 걱정해서 환자에게 암 진단이나 연명의료 이야기를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선영 교수는 가능하면 환자에게도 상태를 알리도록 권합니다. 환자에게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마지막을 어떻게 맞을지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미리 이야기하지 않으면 갑자기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환자가 의견을 표현할 수 있을 때 뜻을 나누고 가능하다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로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가족이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 꺼내기 어렵다면 주치의에게 현재 상태와 예상 경과를 함께 설명 듣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결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환자가 충분히 생각하고 가족과 의료진도 환자의 뜻을 중심으로 고민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진료 전에 가족이 해볼 수 있는 일
- 진료 전에 부모님이 혼자 할 수 있는 일(목욕, 계단 오르기, 장보기)을 메모해 가세요.
- 최근 식사량과 본인이 느끼는 영양 상태, 매일 먹는 약의 종류를 적어서 의료진에게 보여 주세요.
- 치료를 받고 싶은지 부담스러운지 환자 본인의 생각을 먼저 물어보세요.
- 주치의에게 이번 치료의 목표가 완치인지 증상 조절인지 분명히 확인하세요.
- 치료를 시작한 뒤 일상생활이 눈에 띄게 어려워지면 다음 진료일을 기다리지 말고 의료진에게 알리세요. 강도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 죽음 이야기를 꺼내기 어렵다면 주치의의 설명 자리에 환자와 함께 앉아 같은 내용을 같이 들으세요.
이것만 기억하세요
- 항암치료를 견딜 수 있는지는 나이가 아니라 신체 기능, 영양, 인지, 심리, 생활환경을 함께 보고 판단합니다.
- KG-7 점수는 참고 자료일 뿐이며 치료 의지와 동반 질환, 가족의 도움까지 고려해 방향을 정하고 치료 중에도 계속 조정합니다.
- 치료를 하든 하지 않든 환자에게 남은 삶의 질과 행복이 가장 중요하며 연명의료에 관한 대화는 환자가 말할 수 있을 때 미리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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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고령이면 항암치료를 못 받나요?
나이만으로 치료 가능 여부를 정하지 않습니다. 신체 기능과 영양 상태, 인지 기능, 심리, 사회환경을 함께 평가하고 치료 의지와 가족의 도움까지 고려해 방향을 정합니다.
Q. KG-7 점수가 5점 이하면 항암치료를 할 수 없나요?
5점 이하이면 좀 더 취약한 환자로 선별하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점수는 참고로 쓰이고 실제 치료는 환자의 의지와 동반 질환, 가족의 도움 등을 함께 보고 결정합니다.
Q. 암 진단이나 연명의료 이야기를 환자에게 해도 될까요?
정선영 교수는 가능하면 환자에게도 상태를 알리도록 권합니다. 환자에게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마지막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말을 꺼내기 어렵다면 주치의의 설명을 함께 들어 보세요.
Q.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언제 작성하나요?
환자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을 때 뜻을 나누고 가능하다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로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정할 필요는 없고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가져도 됩니다.
※ 이 글은 최근 보도된 건강 뉴스와 일반적으로 알려진 의학 정보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으로,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증상이 있거나 치료 중이라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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